모태를 상실한 이들을 위한 뿌리의 집을 짓다
  • 김도현
  • 2017 APA 수상자 [필란트로피스트] 부문
  • 2019.11.05
“제 꿈은 사랑과 돌봄이 필요하지 않은 사회가 되어 뿌리의 집이 더 이상 필요하지 않게 되는 것입니다. 사랑을 베푸는 것보다 더 중요한 건 사랑을 받아야만 생존할 수 있는 사람들이 가능한 적어지도록 하는 것입니다.”
입양의 본질은 결국 ‘이별과 상실’
“스위스에서 한 해외입양인을 만났다. 입양 가정에서 사랑도 많이 받았고, 나름 성공도 거둔 사람이 불쑥 “입양의 본질이 뭐라고 생각하십니까?”라고 묻더라. 우물쭈물하는데 자기는 “이별과 상실”이라고 생각한다더라. 우리들이 입양에 대해서 “사랑과 돌봄”을 얘기할 때, 사실 입양인들은 가장 처음 느꼈던 감정인 이별과 상실을 계속 안고 살아간다는 거다. 일상 속에서도, 인생 속에서도 일종의 분열이 있는 셈이다. 뿌리의 집은 입양인들의 아픔을 조금이나마 메꾸고자 부모님을 찾는 여정에 동행하고, 낯선 타지에서 그들에게 환대의 경험을 주는 역할을 한다.”
1년 동안 뿌리의 집을 거쳐가는 사람 수, 약 300명. 머문 날 약 3,000박. 그들이 머무는 날이면 김도현 목사 부부는 분주해진다. 따뜻한 아침을 챙겨주고, 그들이 머무는 공간을 깨끗이 정돈하는 것은 기본이다. 더 나아가 그들의 삶에 깃든 애환을 마음으로 함께하는 나날을 살아가고 있다. 가족 찾기 여정이나 국내에 다시 정착하려는 사람을 뒷바라지 해주는 일, 통역이나 번역, 한국사회나 문화에 대한 안내 등이 그 ‘서비스’에 해당한다. 이렇게 뿌리의 집에는 여러 사람들의 경험이 흘러 들어오게 된다.
“하루는 입양인들이 저녁 식사를 하면서 둘러앉았다. 그날 부모를 만나고 돌아온 입양인이 말하기 시작했다.” 내 어머니는 나를 키우려고 일주일 동안 온 힘을 다했는데, 어쩔 수 없이 날 입양 보낸 거래. 낳아준 어머니에게 너무 고마워. 그리고 오늘은 너무 좋은 날이야“라면서 펑펑 우는 거다. 그 눈물로 조금이나마 치유가 되는 거겠지. 그런데 다른 입양인은 부모님을 못 만났다. 부모가 자신을 만나는 걸 원치 않았거든. 그렇게 되면 굉장히 무너진다. 버려짐을 당한 사람으로서의 비참히 떠오르는 거겠지. 이러면 계속 그 아픔을 가지고 살 수밖에 없는 거다.”
시스템 앞에 고개 돌릴 수밖에 없었던 부모들
비단 입양인에게만 초점을 맞추는 것은 아니다. 김 목사는 해외입양인 가족모임 ‘민들레회’가 조직되는 일을 뒷바라지하여 입양인들과 입양을 보낸 부모들과의 만남도 주선하고 있다. 선택권이 너무나 적었던 원가족의 아픔 또한 치유하기 위해서다.

김도현 목사는 “지금까지 우리나라는 해외입양 문제를 다룰 때 아이를 버려졌다는 측면에서 바라봤다”며 “이제는 친엄마의 상황에서 포기될 수 밖에 없었다는 측면에서도 바라 볼 수 있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입양인이 ‘이별’이라는 경험을 했다면, 친엄마들은 무슨 경험을 했을까에도 초점을 맞춰 볼 시점이라는 것이다. “민들레회에서 얘기를 나눠보면, 아이를 한번도 안아보지도 못하고 입양을 보냈다”는 엄마가 대부분이다. 양육이라는 선택지가 없었기 때문에 입양을 선택할 수 밖에 없었던 거다. 양육을 선택할 수 없는 여러 가지 사회적인 압박 속에서, 양육의 기회를 얻지 못한 사람들이 대부분이었다.
진정한 인간으로서 한 여성의 결정, 선택, 욕구를 인정해주지도, 고려해주지도 않는 시스템인거다. 엄마의 의지나 진심은 물어보지도 않았던 거다.
올바른 사회시스템은 한 개인이 선택과 결정을 내릴 수 있도록, 그 과정에서 필요한 것이 있다면 지원해주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런 것들이 부재한 상황에서 내린 결정들은 지금까지도 엄마들에게 트라우마로 남아있다.” 이에 김 목사는 ‘엄마가 아이를 돌보는 기간을 보장해주자’는 흐름에서 아이를 낳고 적어도 한 달 정도는 함께 생활해 볼 수 있도록 입양 특례법 개정을 발의했다. 아이를 낳고 바로 입양을 보내는 것이 아닌, 한 달 동안 함께 생활해 보면서 자기 미래에 대한 의지와 자신의 자원을 점검해보고, 많은 상담을 통해 자기가 결정을 내릴 수 있도록 도와주자는 것이다. 결국 법은 개정 됐지만, 한 달이 아닌 일주일로 결정된 아쉬운 점이 존재한다.
결국 내가 설 자리가 없어졌으면 좋겠다
김도현 목사에게 아시아 필란트로피 수상은 더욱 무거운 짐을 남겼다. 김도현 목사는 수상 당시 “아시아 필란트로피가 실수 하신 것 같다”고 말했다. “풀어가야 할 과제가 이렇게 많이 남았는데, 상을 받아도 되나? 싶었다. 아직 문제가 해결되지 않았는데 밥상부터 차린 꼴이라고 생각하기도 했다.” 그에겐 아직도 주어진 일이 많이 있다. 해외로 입양 보내어 지기 전, 아동이 그 나라의 시민권 발급을 보장받을 수 있도록 입양특례법을 개정했지만 이 법이 적용되기 이 전에 시민권을 받지 못한 입양인들도 다수 남아있었기 때문이다. 그의 꿈은 사랑과 돌봄이 필요하지 않는 사회가 되어 뿌리의 집이 더 이상 필요하지 않게 되는 것이다. “마더 테레사가 전 세계적으로 위대한 어머니가 됐는데, 사실 인도에 가난이라는 게 없었다면 그렇게 될 수 없었다”고 볼 수 있다. 사랑을 베푸는 것 보다 더 중요한건 사랑을 받아야만 생존할 수 있는 사람들이 가능한 한 적어지도록 하는 것이다. 사회 전체가 좋아져서 사랑으로 돌보아야할 필요성이 없어지는 것이 나의 꿈이다.

김 목사는 사회를 사랑한다. 규범과 제도가 부드러워진 사회. 규범, 제도와 법 속에 인간애가 깃들어 있는 사회. 김 목사는 ‘주변인의 보편성’으로 결국 그런 사회가 올 것이라 생각한다. “나는 오히려 주류사회가 편파성을 가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 편파성을 교정하는 건, 결국 주변인으로부터 온다. 주변인의 보편성이 발현될 때 주류 사회의 편파성이 제거된다. 주류사회가 가진 힘의 불의성에 대해 말하는 것, 이 과정을 정의의 실현 과정이라고 생각한다.”
김도현
2017 APA 수상자 [필란트로피스트] 부문
김도현 목사는 2001년 스위스에서의 사역을 마치면서 2004년 한국으로 돌아와 (사)뿌리의 집 원장으로 취임했다.
60년 해외입양의 역사의 종결을 촉구하는 동시에 종결에 따른 역사적 반성의 일환으로 해외입양을 과거사 의제로 삼아
진실과 화해의 맥락에서 해외입양의 역사를 재구성해야 함을 주장하며 그 물꼬를 트기 위해 애쓰고 있다.